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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其他分类其他2024-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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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초대수필: 박정희       방송: 서태문

제2회 훈춘 문학의 길―중강자송이문학축제

       나는 감자를 되게 좋아 한다.
     가마뚜껑을 열면 새하얀 입을 짝 벌리고 뽀얀 김으로 뜨겁게 맞아주는 삶은 감자, 아롱다롱 때때옷 입고 아기자기 모여앉아 두 팔 벌려 반갑게 손을 끌어당기는 둥글 넙적 조개떡, 찰떡과 어깨 높이를 비기는 함치르르한 감자 찰떡, 큰 가마에서 부글부글 서로 다투어 끓어올라 오는 감자 오그래, 너 이발이 든든하냐고 묻는 까마반지르르한 언감자떡, 구수한 감자채, 시원한 감자국, 보글보글 감자장, 입안에 들어가 씹히기도 전에 목젖을 넘어 줄달음치는 감자국수…
     감자는 평생 땅 밑에서 사람들의 총애도 받아보지 못하고 따사로운 햇볕도 쪼여보지 못하고 산들 바람의 쓰다듬도 받아보지 못하고 자기 형제자매들의 낯도 볼 수 없는 끝없는 칠칠야밤 속에서도 꼭 잡은 손을 놓지 않고 올망졸망 잘도 자란다.
      산골의 감자는 비료의 혜택도 별로 받아보지 못하고 그 비좁고 딴딴한 돌 틈과 나무뿌

뿌리 사이를 요리조리 뚫고 다니며 자라서 생김새는 울퉁불퉁 곱지 않아도 맛은 더 유별나다.
       지구의 거대한 힘과 식을 줄 모르는 지열을 몸에 듬뿍 지녀서일까. 아버지 어머니들의 정성과 구슬땀이 깊이 슴배어서일까. 감자를 많이 먹은 덕분에 학교 다닐 때 나는 공부가 무척 잘 되었다. 소학교 문에 들어간 후 아무런 거침없이 대학문을 나왔으니깐.
      장마철 어지러운 흙물에 며칠씩 파묻게 있어도 희디흰 살결을 고스란히 키우는 감자는 참말 대견스럽다. 사람의 눈을 황홀하게 하는 광고 같은데는 그림자도 얼씬할 수 없고 혹시 들어간다 하여도 구석이나 차지하는 신세지만 기웃거리지 않고 부지런히 자신의 맛 자신의 영양분을 빚어낸다.
      감자는 어린 것들이나 자란 것들이나 다 터실터실 비슷하니 심보 나쁜 장사꾼들도 “미용” 할 필요가 없으니 감자를 살 때는 시름이 놓인다. 감자는 자리를 마다하지 않아 보관하기

기도 저장하기도 쉬워 매일 드바삐 보내는 출근족들에겐 진짜 보배다. 진수성찬에는 오를 수 없어도 값이 싸서 평민 백성들의 밥상마다엔 다 오를 수 있으니 이런 보배가 또 어디에 있을까.
       토실 감자를 사다놓고 물끄러미 바라보노라니 어린 시절 사등이 근질거릴 때 한번만 슬쩍 어루만져 주어도 시원 하던 엄마의 그 감자 같은 손등 속새 같은 손바닥이 떠오른다. 구은 감자를 먹을 땐 사색이 자연히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감자를 파는 가을이 되면 어른들의 뒤를 밟아 산에 가서 감자구이에 참여하는 것은 지금 애들이 부모님들을 따라 명승 유람을 가는 것보다 더 기다리는 일이였고 감자를 굽는 일과 그 구은 감자를 먹는 것은 지금 애들이 슈퍼마켓의 것을 먹는 것보다 더 즐거운 일이였다. 감자를 먹다가 목이 메면 달아 다니면서 머루와 다래를 뜯어 먹고 샘물도 마셔댄다. 낯에도 손에도 온통 검댕이 투성이여서 서로 놀려주고 서로 쫓으며 달아 다닌

닌다. 달리다가 엎어지고 뒹굴어서 어른들의 욕도 얻어먹으면서.
       고난의 중학시절 여름부터 가을까지 줄곧 감자를 먹어야 하니 너무 지겨워서 언제면 이 산골을 벗어나 버덕에 가서 맨 쌀밥을 먹어 보겠는가를 고대하였지만 쌀이 이처럼 흔한 지금 맨 쌀밥이 도리어 너무 무미 담백하여 감자를 넣어야 밥맛이 난다. 아마 감자 인이 깊숙이 내 몸에 든든히 박힌 것이다.
      산골의 따스한 양지 마을, 후더운 마을의 할아버지 할머니들 아버지 어머니들 오빠 언니들 언제나 낯이 얼룩덜룩한 개구쟁이 친구들 우리들이 잊을 수 없는 수많은 동년 이야기가 담겨있는 감자, 우리들의 천진하고 어리석은 꿈이 스며있는 감자. 우리를 어른으로 키워준 감자, 그래서 나는 우리 산골의 감자를 잊을 수가 없고 감자로 한 것이면 다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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